김상일(1941 ~ , 전 한신대교수)
"이 세상이 그리고 이 우주 자체가 神이다.
우리가 이미 그 속에 들어가 살고 있는데 어디서 신을 찾는다는 말인가 ?"
"만약 우리가 神안에 있다면 신을 증명하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것이다.
서양의 유신론에서 전개하는 신 존재 증명이란 다름 아닌 작은 물고기의 질문과도
같다는 것이다. 질문자가 바로 질문의 대상 그 자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동학주문 21자에 대한 과정철학적 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김상일 교수의 저서입니다.
이원론에 터한 초월신관적 서구사상과, 일원론에 기초한 내재적 동양사상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깊이있는 학술서적이며,
고대 한국으로부터 내려오는 風流道가 東學사상에까지 이어져 온 역사적 연원을 따라 내려
오면서, 현대 신학의 주요 경향이 된 過程神學과의 유사점과 접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소립자가 "입자성" 과 동시에 "파동성" 이라는 상대성을 가지고 있듯이,
"포섭"은 되나 "종속"은 안 된다는 사실을 논리학을 통해 발견했다는 19세기 수학자 프레게의
예를 들면서,
인간이 신에 포섭되나 종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해명하여 신과 인간의 관계가
전체와 개체로서, 전체가 부분이 되고 부분이 전체가 되는,
다시말해서 신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신이 되는, 주체와 객체를 겸하여 가지는 자기언급적
성격의 존재관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자기언급적 성격이 동학의 "人乃天" 교리와 통하고 있는
논리적 배경은 물론,
신과 인간의 관계는 초월론적인 동시에 내재론적이라는 논리적 아이러니 등을 동서양의 학문적
연구성과들을 동원하여 설득력있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는 미래세계는 동서의 철학과 종교가 더 이상 구분될 필요가 없을뿐 아니라
동서철학 자체가 없어지는 종합적 성격의 새로운 철학 즉, "하나"의 "세계철학"이 될 것이라 전망
하는 한편,
동양의 비인격적인 요소와 서양의 인격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되어 동학의 21자 주문으로
형성되어 우리에게 나타났으며, 그 속에 담겨있는 "시천주"와 "인내천"은 모두 서양의 타자론적인
有神論과 동양의 내재적 汎神論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과정신학적인 새로운 신관,
즉 汎在神論(Panentheism)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至氣今至 願爲大降
(지기금지 원위대강)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다자에 속하는 개체인간이 어떻게 자기 본성을 상실하지 않고 일자인 하느님이 될 수 있을까?
다자가 일자에 포섭은 되지만 종속은 되지 않는 "包越"의 관계를 어떻게 논리적인 모순없이
이해할 수 있을까?
동학을 공부하면서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 아래 : 책속의 문장 일부
"한국처럼 고난의 역사속에서 살아온 민족은 유대인들과 같이 그 가슴속에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인격신을 간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역사적 이유와 함께 원시종교로부터 유래한 하날님
숭배사상이 그대로 지켜져왔으며 중국이나 일본과도 달리 이 전통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유교와 불교에 의하여 수천 년 동안 잊혀져 온 '하날님' 인격신을 수운이 다시 발견했으며 역사의
현장에 살아 있는 신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전체가 부분이 되고 부분이 전체가 되는 홀론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모든 종교는 깨달음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예수의 법신적 신관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4~5세기 무렵부터 그들의 신관을 그리스
철학을 빌려서 모세적 신관으로 후퇴시키고 말았다.(중략) 예수의 법신적 신관을 계승한 사람은
영지주의자들이었다.(중략) 유대교-기독교에도 4세기 제사장이 나타나기 이전에 창조의 신을
열등한 신으로 보고 창조하지도 창조되지도 않는 존재자체가 있다고 보았으며 이를 '아인 소프'
라고 했다. 영지주의자들 역시 창조주를 열등신으로 보고 '신성'을 궁극적이라 보았다."
"과정철학과 성리학은 범재신론으로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순리와 순명의 관계로 보며, 신과
인간이 공역적 또는 동역적으로 상호 창조해가는 과정으로 본다."
"가장 영명한 신이 만물속에 스며들어 만물이 곧 신의 몸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동학의 사상이다.
(중략) 수운과 해월은 모두 기가 인격화해서 만물속에 편만하게 만연되어 작용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신은 창조하기도 하고 창조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제 자신이 부류이기도 하고
요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형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수운도 마찬가지이다. 부류격은
'일자' 이고 요원격은 '다자' 이다."
"감이수통이란 하늘과 땅이 서로 감응하여 서로 통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는 일자 속에서 다자의
개체적 자기 본성이 상실되지 않고 지켜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화이트헤드의 신관에 따르면, 신은 단순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고 병을 앓고 있어야 한다.
신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기 때문에 자기 몸에도 상처가 나 있다."
"인격과 비인격 그 어디에도 神이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
인격과 비인격 사이를 순환 맴돌이 '하는' 님이 있을 뿐이다. 인격과 비인격의 순환 횟수가 높은
신관일수록 우수한 신관이다.
중국의 경우 신은 주자에게 와서 아직 인격으로 가지 못하고 막혀 있다. 그것이 주자의 한계이고
중국사상의 한계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서경덕과 율곡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인격에서
인격으로 그리고 인격에서 비인격으로 맴돌이를 활발하게 이루어 왔던 것이다.
한국문명사 속에서 이러한 왕성한 맴몰이 현상은 한국문명의 특징인 동시에 사상적 특징이기도
하며 이러한 특징이 바로 동학의 21자 주문속에 함축되어 나타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