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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보기 - 13] 두 개의 전승이 편집된 창세기 홍수 설화
  
   작성자 : 김응렬
작성일 : 2026-03-11     조회 : 237  


히브리 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전승이 하나로 교차 편집되어 만들어졌습니다. 현대 성서비평학은 이를 문서가설(Documentary Hypothesis)이라고 부릅니다. 그 가운데 핵심은 두 전승입니다. 바로 J(야훼)문서와 P(사제)문서입니다.


J문서는 기원전 10세기 이후 7세기 무렵까지 남유다 지역에서 성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전승에서는 하느님의 이름을 "야훼Yahweh"라고 부릅니다. 반면 P문서는 바벨론 포로기, 즉 기원전 6세기 이후 제사장 집단에 의해 편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문서에서는 하느님을 주로 "엘로힘Elohim"이라고 부르고 "야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창세기의 본문은 여러 전승이 합쳐진 결과이므로 문서별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1장부터 2장 4절 전반부까지는 P문서의 색채가 강하며 2장 4절 후반부에서 4장까지는 J문서 전승이 나타나고, 5장은 대부분이 P문서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6장부터 마지막 50장까지는 J문서와 P문서를 기본으로 하되, 북이스라엘의 E문서와 그외 다양한 자료들이 함께 얽혀 있습니다.


이제 두 개의 홍수 이야기에 있는 차이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홍수이야기의 시작 부분입니다. 

J문서에서는 “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 네가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움을 내가 보았음이니라”(7장 1절)고 전합니다. P문서에서는 “노아의 사적은 이러하니라 노아는 의인이요 당세에 완전한 자라 그가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6장 9절)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홍수가 시작되는 상황 묘사입니다. 

J문서는 칠일 후에 홍수가 땅에 덮였다고 간단히 기록합니다.(7장 10절) 반면 P문서는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들이 열렸다고 묘사합니다. 우주적 재앙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7장 11절)


홍수의 지속 기간도 서로 다릅니다. 

J문서에서는 사십 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졌다고 합니다.(7장 12절) 하지만 P문서는 물이 150일 동안 땅에 넘쳤다고 말합니다.(7장 24절)


마지막으로, 방주에 들어간 동물의 숫자도 다릅니다.

J문서는 정결한 짐승은 암 수 일곱 씩, 부정한 것은 암 수 둘 씩이라고 전합니다.(7장 2절) 반면 P문서는 단순히 모든 생물을 암 수 한쌍 씩이라고 기록합니다.(6장 19절)


이 차이들을 종합해 보면 J문서는 설화적이고 상징적인 색채가 강한 반면 P문서는 더 체계적이고, 홍수를 우주적 재앙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홍수 기간도 더 길게 잡은 반면, 동물의 숫자는 단순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읽는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는 단일한 저자의 기록이 아니라 J(야훼)문서와 P(사제)문서 두 오랜 전승이 교차 편집되어 완성된 하나의 서사입니다. 이 두 전승은 홍수의 원인, 기간, 동물의 숫자 등에서 서로 다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각 전승이 지닌 신학적 관심사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J문서는 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인격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P문서는 우주의 질서와 창조 질서의 회복이라는 제사적, 우주적 관점에 중점을 둡니다. 이러한 차이들이 긴 시간 동안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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