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견도(見道)와 수도(修道)라는 두 단계를 통해 깨달음의 과정을 설명합니다
견도는 존재의 의미, 즉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근원적인 의문을 꿰뚫어 아는 단계입니다
모든 현상의 이치를 통찰하는 지적 깨달음, 곧 인식의 정화(認知淨化)를 뜻합니다
반면 수도는 그렇게 깨달은 진리를 삶 속에서 실천하며 다듬는 과정입니다
탐욕, 분노, 교만 같은 감정의 번뇌를 다스려 마음을 맑히는 감성의 정화(感性淨化)라 할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단 한 번의 생을 통해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분이 아닙니다
무수한 생을 거듭 윤회하고 보살도를 실천하면서 감성의 번뇌를 철저히 정화했습니다
35세에 보리수 아래에서 얻으신 깨달음은 그 수행의 바탕 위에서 완성된 존재의 궁극적 통찰, 즉 견도와 수도가 함께 이루어진 결실이었습니다
그 깨달음이 바로 十二緣起와 四聖諦로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감성정화가 부족하여 아직도 동물적인 본능에 따라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단 한 번의 깨달음이나, 한 줄의 가르침만으로 모든 번뇌가 사라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인연이구나” “욕망은 고통을 낳는구나” 이렇게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욕과 분노, 교만은 하루종일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누가 나를 무시하면 욱하는 감정이 나고, 누군가 나보다 앞서면 질투가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지식과 마음의 괴리, 즉 견도와 수도의 부조화입니다
그러니 진리를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해서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화가 날 때 한 번 참고, 작은 욕심 하나라도 다스리는 것 그것이 바로 수도이며, 그것이 곧 깨달음의 길입니다
수도, 곧 감성의 정화는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자기 성찰의 여정입니다